『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의 작가인 레온 빈트샤이트는 이 책을 정독하면 "장담컨대, 심리학 초보 코스 정도는 끝낼 수 있다"고 한다.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이 좋은 점은 심리학 초보 수준의 코스를 마스터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또 작가의 은유는 굉장히 쉽고 섬세해서 쏙쏙 이해할 수 있다.
목차를 보면 '돈보다는 정성', '나는 왜 끔찍한 생각을 할까?',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법' 등 생활밀착형 제목들이 있다. 제목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내용도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고 우리도 한 번 쯤은 고민 해봤을만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서 심리학적인 답, 현재는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실험 결과들이 있다.
나는 사기 당하는 것을 싫어한다. 사기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겠지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그 중에 한 가지 방법이 프레이밍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두 개의 초코푸딩 컵을 냉장고에 넣는다. 한쪽 컵에는 분홍색 형광펜으로 크게 '지방 25% 함유'라고 적는다. 다른 쪽 컵에는 똑같은 색깔과 글씨로 '무지방 75%'라고 적는다. 글래스고대학교 학자들이 실험한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번째 컵을 집어 든다. '무지방'이라는 말이 '지방 함유'라는 말보다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시중 제품 대부분이 앞면에는 읽기 좋게 큰 글씨로 함유하지 않은 나쁜 물질들을 적고 색소나 방부제는 뒷면에 깨알만 하게 적어 못 읽게 만든다."
사기라고 말하기는 도단인가..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의사 결정에 영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또 헤일로 효과는 한 사람의 한 가지 특징이 후광을 입어 다른 특징들을 가리는 것을 말한다.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한 사람의 특성을 적어 나누어 주었다. 참가자 절반에게는 그 사람이 지적이고 능력 있고 마음이 따뜻하며 결단력이 있고 실천력이 뛰어나며 사려 깊다고 적었다. 나머지 절반에게는 '마음이 따뜻하다'를 '냉정하다'로 바꾸었다. 그리고 참가자는 전혀 모르는 그 사람을 평가했다. '마음이 따뜻하다'는 그 사람을 훨씬 양심적이고 아량이 넓으며 현명하고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양쪽의 리스트에 똑같이 여섯 가지 특성을 적었는데 단 한 가지가 다른 다섯 가지 특성을 덮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모든 특성이 후광의 힘을 갖지는 않는다. 두 번째 실험에서 '마음이 따뜻하다'를 '친절하다'로, '냉정하다'를 '버릇이 없다'로 고쳤을 때는 판단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후광과 악마의 뿔은 일상 곳곳에서 쉬지 않고 빛을 비추어 우리의 눈을 가린다. 직장에서도 헤일로 효과의 위험은 크다. 승진 결정은 물론이고 일상에서도 어떤 직원의 개별 업무 능력이 전체 성과를 한 번 보고 감탄했는데, 직원 B가 업무 처리를 대충 하는 광경은 두 번 목격했다면 다음 승진 심사에서는 단연코 A가 유리하다. 한 번의 긍정적 이미지가 상사의 뇌에 깊이 뿌리박혀서 다른 업무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반대로 B의 머리에는 뿔이 붙어버렸다.
사실을 알고 나면 저항할 수 있는 심리 현상들이 있다. 하지만 헤일로 효과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 휴리스틱 규칙과 비슷하게 헤일로 효과의 파급력에 적극 맞서도록 우리 뇌를 열심히 가동해야 한다. 그냥 쓰기만 하면 헤일로 효과의 눈부심을 막아줄 선글라스는 없다."
"우리 뇌는 자기만의 안경을 쓰고 세상 모든 것을 그 안경을 통해서만 바라본다. 새로운 정보와 인식을 만나도 그것을 열린 마음이나 중립적인 자세로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맞지 않는 것도 맞게 만들려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의 심상의 틀에 완전히 갇혀있다. 그런데 내부에 갇혀 있음을 깨닫기는 매우 어렵다.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내가 어떤 심상의 틀에 갇혀있는지 조금이라도 궁금하다면 『삶의 무기가 되는 심리학』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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