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소천은 무림맹에서 승승장구, 탄탄대로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흑천맹주와 정사대전 최후의 일전으로 단전을 뜯깁니다. 승승장구, 탄탄대로의 두 배속으로 몰락합니다.
유배와 마찬가지인 시골로 발령이 나고 그곳에서 기연을 만납니다. 단전 안에 단전을 만드는 기연이죠.
다시 무림맹 본단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이후에 백소천이 무적이 되어 다 쓸어버리는 줄거리를 상상했습니다만, 장르는 로맨스와 힐링물로 넘어갑니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정사를 쓸어 담아 버립니다. 백소천의 매력에 쓸린 정사대전은 자연히 억제가 되고, 심검지경을 이룬 소천은 모든 관계를 끊고 은거에 들어갑니다.
다루를 운영하며 염원했던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는데, 과거의 인연들이 자연스럽게 소천의 다루로 몰리게 됩니다. 그러다 큰 사건에 휘말리고 다시 한 번 무림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지한 투쟁의 앞 부분보다, 힐링물로 장르가 전환되고 나서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장르소설 중에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장영훈 작가의 작품은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읽었던 작품들은 전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직지존에서는 현재 시대에 있는 아이템들을 무협 세상과 결합한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청춘주점입니다. 청춘주점은.. 그러니까 나이트 클럽입니다. 이 청춘주점에서 흑천맹주와 무림맹주가 우정을 다지는 모습은 유쾌합니다.
청춘주점에서 소천은 정인과 '조우'하기도 하죠.
“일행이 있으시오?”
“네, 언니와 함께 왔어요. 언닌 잠시 바람 쐬러 나갔어요.”
“저희들과 합석하시겠소?”
“언니가 와야 되는데. 언니 오실 때까지 잠시 앉아서 기다리실래요?”
모처럼 호의적인 반응에 백소천이 냉큼 자리에 앉았다.
“뭐 하시는 분이세요? 무인이신 것 같은데.”
“아, 그냥 이곳저곳 중원을 유람하고 있습니다.”
“오! 돈이 많으신가 봐요.”
“아뇨, 돈 많은 친구 덕분에.”
“혹시 혼인하셨어요? 나이가 좀 있으신 것 같아서요.”
“아뇨.”
“사귀시는 분은?”
“좋아하는 사람은 있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한데 그런 말씀 막 하셔도 되나요?”
“일종의 작전입니다. 솔직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셔서.”
차마 천극을 두고 없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난번에 왔을 때에도 이 질문을 받으면, 이렇게 대답했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그곳으로 왔다.
“언니 왔네요.”
“아.”
백소천이 반갑게 일어나서 돌아보는 순간.
“헉!”
정말 입에서 정말 ‘헉’ 소리가 나왔다. 정말 이렇게 놀란 적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백소천의 반응에 천극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작전이 잘 통하겠네요. 저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백소천은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천극이 백소천에게 다가와 귓가에 속삭였다.
“강호를 구하러 떠나신 분이 왜 여기 계실까?”
“그, 그게…….”
짝!
천극은 사정없이 백소천의 등짝을 때렸다.
“아얏!”
차마 호신강기를 일으킬 수는 없었기에, 손바닥 자국이 남을 시원한 한 방이었다.
“아파.”
“아파야죠. 아프라고 때렸는데. 어휴! 내가 그동안 얼마나 걱정했는데.”
천극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정말 얼마나 걱정이 많았으면, 수호살성들이 자신을 이곳에 데려왔겠는가?
“아, 그게 말이지…….”
염화신과 이곳을 오게 된 그 긴 이야기를 어찌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럴 때 그냥 싹싹 비는 것이 상책이다.
‘당신은 왜 여기 있지?’란 말이 나오는 순간, 전쟁은 시작되는 법이니까.
“미안해.”
그 한마디에 천극의 감정이 누그러졌다. 사실 그녀는 그렇게까지 화가 나진 않았다. 등짝을 때린 것은 오랜만의 어색함을 푸는 인사였고.
백소천이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괜찮았다. 여자랑 자는 것을 본 것도 아니고, 이쯤은 그녀의 기준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 했으니.
“그간에 했던 내 걱정 다 물어내요!”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목소리. 누구보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의 물음이었다.
“그러는 자네들은 왜 여기 있을까? 화장에 예쁜 치마까지 입고서.”
본래의 단전을 치료한 이후부터는 계속 이런 분위기입니다. 이런 치유물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패스하시는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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