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는 독학의 프로세스를 제시한다. 그 프로세스는 공자의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와 일맥상통한다. 작가는 "공부를 하더라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통찰력을 얻을 수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독선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시원하게 말한다.
작가는 독학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상화와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추상화라고하면 굉장히 번거롭게 느껴지지만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면 그것이 추상화라도고 할 수 있다. 이 프로세스를 통해 "고유한 문맥 속에 전제된 지식"을 "보편성을 가진 명제에 이를 때까지"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그리고 구조화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지식을 얻고 싶다면 경영학을 먼저 찾을 텐데, 이 때 경영학을 제외한 다른 분야와의 결합으로 색다른 답을 찾는 것이다. 추상화한 본질적인 질문과+구조화한 필요 지식을 결합해 본인만의 특별한 시선을 표출하는 것이다.
작가의 주장 중에 나와 꼭 맞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말이 있었다.
'인풋은 아웃풋이 필요할 때 닥쳐서 하면 된다'거나 '아웃풋의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인풋은 비효율적이다'라는 것은 심한 오해이며, 별다른 목적 없이 오로지 흥미만으로 인풋에 열중하는 시기가 없으면 진정으로 강력하고 독특한 지적 전투력을 익힐 수 없다.'
수단으로서 공부가 아닌 공부 자체가 목적인, 스스로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하는 공부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문장처럼 다가왔다.
이런 나의 사례처럼 스스로와 "동질성이 높은 의견과 논고만 접한다면 지적 축적이 극단으로 치우쳐 독선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친절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음….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너무 재미없는데?!라는 느낌이 드는 책들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해도 된다"고 조언도 해준다. 하지만 "책이라는 것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만난 장소와 때에 따라 방향이 전혀 달라진다. 예전에는 재미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책이라도 문맥이 바뀌면 또 다르게 다가온다."라고도 한다. 아직 우리는 인연이 아니니 빨간 실이 이어줄 때 다시 만나기를 기약하기로 하자.
이어서 모든 책들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고 읽지 않고 기억하지 않아야 할 것을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말이다.
작가의 경험으로 보면 지적 생산성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깊고 날카롭게 일어야 하는 책을 발견하기 위해 대량의 책을 얕게 대충 훑어보고 있다"고 한다. 연간 300권 이상을 읽는 사람의 손쉬운 발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기억하기 노력하는 것 만큼이나 기억하지 않아야 되는 것을 차분히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다. 쓰레기를 기억하기 위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안타깝지 않은가.
교양으로서 "세상사를 바라보는 틀로부터 자유러워지고 싶다"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야마구치 슈의 책은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스스로가 주장한 바를 잘 지킨다는 생각기 불현듯 든다.
눈앞의 세상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며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고 믿고 있는 전제나 틀을 한 반 물러선 입장에서 상대화해보는, 의심과 의문의 기술이 바로 교양의 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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