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건만, 해루와의 추억은 그가 지금껏 살아온 모든 시간보다 더 깊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쉬웠고 더더욱 후회되었다.
조금만 일찍 내 마음을 깨달았다면……
그때 더 잘할 것을……
가늘게 실눈을 뜬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젠 잊어야겠지. 모두 지워야겠지.”
세상을 온통 하얀빛으로 물들이던 해루의 미소도……
그녀 앞에서 남은 생의 추억을 함께 하겠노라 장담한 그날의 맹세도……
지금까지 나고 자란 모습은 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남은 날들은 보아주겠노라. 하여 세상 떠나는 날엔 양팔로 다 안고 돌아가지 못할 만큼 많은 추억 안겨주겠노라. 약조한 일도……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이 아픔과 애틋한 심정. 해루에 대한 어리석은 미련도 모두 버려야겠지.
“그러고 보니 해루야 네게 추억을 주겠노라 약조하였건만, 정작 추억을 받은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였구나.”
피식, 마른 웃음이 입가에 걸렸다.
해루, 해루, 해루야……
만날 운명은 만나게 된다.
“아버지…..”
"응?"
“제 낭군님을 보았습니다.”
“무어라?”
아버지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올랐다.
“누구냐? 어떤 사내가 내 귀한 여식을 데려간단 말이냐?”
잔뜩 궁금해하는 아버지에게 속삭였다.
“왕입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제 낭군님은 왕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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