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에겐 무엇이 그렇게 고통이었을까요. 의사였던 아버지와의 행복한 미래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죽인 사람이 거부였기 때문에? 그래서 타협의 결과로 막대한 재산을, 평생 먹고 살고도 남을 돈을 받았기 때문에? 그 자괴감으로? 분노로? 무력감으로?
한번은 그 여자가 사라져서 경찰에 신고까지 했는데 장롱 속에서 발견됐어요. 내가 찾았지요. 그 여자는 물에 불린 듯 허옇게 부어오른 얼굴로, 아이처럼 둥글게 등을 말고, 손가락을 빨면서 장롱 속에 웅크리고 누워 있었어요. 내가 장롱 문을 여니까 그 여자가 말했어요.
문 닫아. 너무 밝잖아, 못 본 걸로 해.
그 여자는 그렇게 계속 썩어갔어요. 고인 물처럼. 충치처럼. 감염된 환부처럼. 그러다 죽었지요. 그것 말고는 출구가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그것 말고는 길이 없었던 거예요. 그 여자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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