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느끼지 않는 동물에게는 뭘 해도 잔혹하지 않다는 말, 좀 아니지 않아? 그럼 뇌사 환자는 때려도, 범해도 괜찮다는 말이 되잖아. 느끼지 않으니까.”
“그건 비약이 너무 심하잖아….”
“아픔이란 건 대상의 감각과 관계없이 보고 있는 사람이 자신한테 대입해서 느끼는 거 아냐? 아프지 않으니까 때려 달란 말을 듣고 때렸다고 해도 뒷맛이 나쁜 법이잖아? 그런 자신의 감정을 보지 않는 척하는 건 저만 편해지려는 거야. 바꿔 생각하면 감정이 없는 것에는 마음쓰지 않아도 된다는 거니까. 그런 게 아닌데도 말이지. 자기가 마음 쓰고 싶으니까 마음 쓰는 거 아냐?”
“그런데 그거 자기만족이잖아. 상대가 바라지 않는데 멋대로 간섭하고 기분 좋아한다니 우스워. 독선이야.”
“그래, 자기만족이야.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전부 그렇다고. 그래도 ‘원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건 ‘통각이 없어서 때렸습니다’랑 매한가지야. 남 탓으로 돌리는거지. 결국 그건 자기가 상처 입고 싶지 않아서일 뿐이잖아. 나는 그런 거 별로더라, 괜찮잖아, 자기만족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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