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엄격한 그녀는 타인에게는 무척이나 관대했다. 나의 덜렁거림을 귀여운 구석으로, 칠칠맞음을 인간적인 매력으로 받아들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가 내가 엄청 열심히 떠들어대느라고 바닥에 물컵도 받치지 않은 채 주전자의 물을 들이붓고 있었다. 물이 바닥에 흥건하게 흐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얘기에만 정신이 팔린 나를 언니는 빤히 쳐다보았다.
“언니, 왜 그렇게 쳐다봐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명숙아! 난 아무래도 네가 천재인 것 같아. 천재가 아니고선 이럴 수가 없어. 되게 신기하다. 얘!”
늘 그런 식이었다. 여느 사람 같으면 혼을 내거나 펄펄 뛸 일인데도 그녀는 신기하게,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부도덕하거나 정의롭지 못한 일에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했지만, 취향이나 성격의 차이에는 지극히 관대하고 포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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