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일까? 물리학적으로 보면, “적혈구들은 4개월마다, 피부세포들은 몇 주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약 7년이 지나면, 현재의 몸을 이루는 모든 원자가 다른 원자로 교체된다. 하지만 다양한 나를 연결해주는 상수가 있다. 비로 기억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기억들의 총합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누구일까?’, ‘실재란 무엇일까?’, ‘결정을 내리는 나는 내가 맞을까?’ 같은 철학적인 물음을 과학적인 답으로 풀어간다. ‘어떤 전문지식도 전제하지 않고’, ‘호기심과 자발적 탐구욕’만 필요한 뇌과학 입문서다. 원서의 부제는 ‘the story of you’다. 미시적 관점에서 자기 자신부터, 거시적 관점의 자기 자신까지. 스스로에 대한 관심을 강화한다. 이것은 우리가 더 사람답게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기억들의 총합인 나’의 기억은 정확한 기억일까?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기억하는 순간 기억은 퇴색하기 시작하고, 지금 보유한 지식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변화시킨다. “현재가 과거를 물들이는 것을 막을 길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한 날들의 기억이 확실하다고 느낀다. 다음은 기억이 얼마나 취약한지에 대한 실험이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로프터스는 피험자들을 모집하고 그들의 과거 정보를 수집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피험자 각각의 유년기에 관한 이야기 네 개를 구성했다. 이 중 한 개는 완전한 허구다. 허구인 이야기는 어릴 적 쇼핑몰에서 미아가 되었다가 어느 친절한 어른의 도움으로 부모를 찾게 되는 일에 관한 것이었다.
피험자 네 명 중 한 명은 자신이 쇼핑몰에서 미아가 되었던 일을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거기다 피험자들을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면, 더 많은 것을 기억해낸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 대해서, 잃어버린 부모를 어떻게 만났는지 등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세부 사항들이 가짜 기억 속으로 끼어드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기억 조작에 취약하다.
로프터스 교수는 어릴 적에 어머니가 수영장에서 익사했다. 언젠가 그녀는 수영장에서 어머니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녀는 그 후 악몽같은 사건의 세부 사항들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구급대원들이 언제 도착했는지, 자신이 산소 마스크를 착용했는지에 대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물 위에 뜬 어머니의 시신을 눈앞에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얘기를 해준 친척이 자신의 착각이었다고 전해왔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그녀의 이모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로프터스는 풍부한 세부 사항과 강렬한 감정까지 동반한 가짜 기억을 보유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과거는 재구성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단순히 기억에 기초를 둔다면, “기이하고 불안정한 미완성인 이야기와 유사하게 된다.”
철학적 물음에 과학적으로 답을 해준다고 했지만, 과학은 현재 밝혀진 것 이외의 것은 확실히 말하지 않는다. 언제나 틀림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원하던 답이 아닐 수도 있다. 저자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히 알고 있냐며 계속 물어온다. 독자로 하여금 생각 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이 책, 데이베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은 우리 뇌 한부분에 확실한 흔적을 남길 것이다.
우리의 모든 경험들은 각각 뇌의 물리적 구조를 바꾼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친구들, 직업, 영화, 대화 등이 모두 그렇다. 그래서 이런 미시적 각인들이 모여서 지금의 우리를 만들고 ‘미래의 우리를 제약’한다.
뇌와 자기 자신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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