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가장 편하고 재미있게 접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만화를 읽는 것 일거다. 하지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만화 보다 재밌다. 역사책이 재미가 없는 한 가지 이유는 암기에 시달리며 소중한 시험 점수를 깎아 내는 ‘정’ 안 가는 과목이였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업에 종사하는 필자는 그 사실을 잘 아는것 같다. 이 책은 ’한국사의 대중화’를 위해서 재미를 움켜잡았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편년체 서술이라기 보다는 조선 왕들의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국제정세, 국내상황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하지만 이것은 단점으로 부각되기 보다는 사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태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태종은 형제를 죽이고 왕이 된 걸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녀들만큼은 피바람을 일으키지 않길 바랐지요. 그래서 아들들에게 가장 강조한 게 우애랍니다. 그래서 둘째와 셋째에게는 권력 대신 자유를 줍니다.
“너희는 너희 하고 싶은 걸 해라. 머리 아프게 책 같은 건 안 읽어도 돼, 그냥 나가서 놀아.”
요즘 같으면 이럴 경우 대개 자녀들이 게임이 미칠 겁니다. 그런데 효령은 불교에 심취하고, 충녕은 공부에 미쳐요. 정말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자입니다. 왕세자 양녕은 궁궐의 개구멍을 통해 밤마실을 다니다 들키기도 합니다.
- 신하 : 전하, 세자 저하께서….
- 태종 : 말하라.
- 신하 : ….
- 태종 : 말하라 했다!!
- 신하 : 궁궐에 작은 개구멍이 하나 있사온데, 저하께서 하도 그리로 왔다 갔다 하시는 바람에 개구멍이 반질반질해졌다 하옵니다.
- 태종 : ???!!!”
물론 필자가 재밌게 태종실록을 해설한 것이다. 이런 해설 뒤에는 원전이 실려있다.
““악덕사장 세종?!” 편이다.
“윤회라는 신하는 똑똑했지만 술 때문에 사고가 잦았던 인물로 유명해요. 세종이 윤회를 불러 “앞으론 이 술잔으로 하루에 딱 석 잔만 마셔, 알았지?”라고 말합니다. 윤회는 술잔을 얇게 펴서 사발 크기로 만든 다음 세 잔씩 마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윤회가 모친상을 당합니다. 조선시대에는 부모상을 당하면 벼슬을 그만두고 삼년상을 지내야 합니다. 그런데 세종은 “주요 관직의 공무원들은 딱 100일간만 상을 지내고 바로 복직하라”고 명한 겁니다.
이에 윤회가 그럴 수 없다고 아뢰자 세종은 천연덕스럽게 답 합니다.
“내가 해봤는데, 삼년상을 치러도 슬픔이 가시질 않더라고. 그저 슬픔을 잊는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것뿐이야.””
역사책을 이렇게 키득거리며 본것은 처음이다. 바로 옆에서 친구가 ‘친구 얘기’를 해주는 듯 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카페에 들어가 앉았더니, “야, 누구 있잖아. 걔가 이번에…!!!” 이런 분위기다.
이런 개성적 사관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랑케가 말한 ‘있었던 그대로의 역사’를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절대적으로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기준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대적인 환경과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필자는 ‘오류’보다는 ‘대중성’을 더 의식한게 아닐까.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왕들의 이야기지만 유머 넘치는 이 책을 통해서 보여주는 그들의 인생은 생동감이 있다. ‘역사학자’의 친절하며 딱딱하고 정확한 역사책은 좋지만, ’한국사의 대중화’를 위한 역사책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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