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는 입대 100일을 기념하는 위로휴가라는 게 있다. 예전에는 없던 휴가였는데, 부모님 모셔놓고 거창하게 진행되었던 신병훈련소 퇴소식이 IMF 이후 간소화되면서 대신 생긴거였다. 1998년 2월에 입대한 나는 부대 내에서 이 제도의 첫 수혜자였다. 휴가 복귀 날, 부모님은 이등병 아들을 무척이나 걱정하셨는지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많이 챙겨주셨다.
그런데 나를 시작으로 해서 점점 휴가복귀자의 두 손이 무거워졌다. 과자, 떡, 갈비…. 이를 의아하게 여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당연한 관례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후임이 무려 20박스의 피자를 들고 오면서 이 상황은 종료됐다.
그날 저녁, 분대장은 전원을 소집했다. 그리고 경고했다. “오늘부터 휴가자가 먹을 거 사오는 거 그만하자. 지금 다들 이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데, 누구의 집에서는 굉장히 부담되는 금액일 수 있다. 지금처럼 이러다가는 떡 하나에도 고마워하던 마음이 ‘에이, 겨우 그거야!’라고 하게 될 판이다. 그러니 그만하자!” 그렇게 휴가복귀 조공전쟁이라는 악습이 사라지게 된 건 최초 한 사람의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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