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난 홑이불을 배에 감고 누워 일찍 잠든 척하고 있었지. 언제나처럼 야근을 하고 들어온 누나가, 언제나처럼 세면장에 상을 펴고 식은 밥을 찬물에 말아 먹는 소리가 들렸어. 씻고 이를 닦은 누나가 발뒤꿈치를 들고 들어와 창문으로 다가가는 옆모습을, 난 어둠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봤어. 모기향이 잘 타고 있는지 확인하려던 누나는, 내가 창틀에 세워놓은 칠판지우개를 발견하고 웃었어. 한숨처럼 낮게 한번, 잠시 뒤 소리 내어 한번 더.
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헝겊 지우개를 한번 들었다가 제자리에 놓았지. 언제나처럼 나에게서 멀리 이불을 펴고 누웠다가, 가만가만 무릎걸음으로 나에게 다가왔지. 잠든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나는 정말고 눈을 꼭 감았지. 누나가 내 이마를 한번, 뺨을 한번 쓰다듬곤 이부자리로 돌아갔어. 좀 점에 들렸던 웃음 소리가 어둠속에서 다시 들렸어. 한숨처럼 낮게 한번, 잠시 뒤 소리내어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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