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뭘까? 패키지여행은 일정을 소화하는데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고, 여행지를 음미하며 소화할 시간이 부족해 그곳의 진짜 모습을 놓칠 수도 있다. 자유여행은 패키지 여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고, 디테일에 치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상이 흐릿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진정한 특색에 대해 말할 수 있고,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표명할 수 있다. 여유만 된다면 “먼저 패키지여행을 한 다음에 자유여행을 떠나 도시의 겉과 속을 다 보는 것이 좋은 여행법이다.” 저자는 《역사의 역사》가 역사를 자유롭게 여행하기 전에 패키지여행처럼 독자들에게 먼저 참고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역사 서술의 역사’다. 헤로도토스의 《역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마천의 《사기》 등 역사를 서술한 당시 시대적 상황과 서술 방법, 해당 필자에 대해서 명료하게 설명한다. 그중 신채호의 이야기는 절로 가슴이 아린다.
신채호는 “묘청의 난을 진압한 후 국가 공인 역사 교과서 《삼국사기》를 편찬할 때 요동과 간도 지역을 민족사에서 삭제하고 중요한 사료를 다 폐기해 버린 김부식을 사대주의 역사관의 원흉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다음은 《조선상고사》에 나오는 신라의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이야기다.
“신라가 고구려·백제 두 나라 사이에 고립된 한낱 약소국이 되자, 김춘주는 당에 들어가 당태종을 보고 힘닿는 데까지 자기를 낮추고 많은 예물로 구원병을 청했다. 아들을 당에 볼모로 두었고, 신라의 의복을 버리고 당의 의복을 입었으며, 신라의 연호를 버리고 당의 연호를 쓰기로 했다. 당태종이 편찬한 역사서와 『사기』, 『한서』, 『삼국지』 등에 있는 조선을 업신여기고 모욕하는 말들을 그대로 가져다 본국에 유포해 사대주의 병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무장 독립 투쟁을 벌이다 옥중에서 순국”했기 때문에 미완성 역사서로 남은 《조선상고사》의 완벽한 모습을 보고싶다.
《역사의 역사》는 패키지여행 이상의 안내서가 될 것이다. 간결하고 독자를 배려한 가독성 짙은 문장과 저자가 소개하는 책들 중 한 권이상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역사는 언어의 그물로 길어 올린 과거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그물이든지 사용하고 싶어진다. 특정 문화권이든지, 특정 시대라든지, 인류사일수도 있겠다. 인간에 대한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사관은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는 과정과 기록하는 과정에서 두 번의 변화를 맞는다. 카는 “역사는 창작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사실의 선택, 배열, 표현 그 자체가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기술이다”라고 말했다. 기록하는 사관에 대하여 이토록 명료하게 정리를 해주니 《역사의 역사》 손을 잡고 여행지를 이리저리 배회해보는 것도 낭만적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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