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는 처음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설명하지 않는다. “신속하게 전체적인 상과 뼈대를 제시하고 그다음에 좀더 세세한 부분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세세한 부분에는 “침략, 정치 형태, 종교 등과 같은 특정 주제를 가지고 더 깊이 들여다 본다.”
우리는 기록하는 사람의 사관을 따라간다. 역사 기술에 따라오는 필연적 불확실성 때문에 사가의 유연한 주관적 관점이 필요하다. 사관에 따라 하나의 사건이 전혀 다른 일처럼 전달될 수 있다. 존 허스트는 지금까지는 진실인 학술적 사실과 개성적 추론을 통한 기술을 한다.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서적이 이슬람으로부터 역수입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로마제국이 붕괴된 후에 교회는 그리스와 로마의 지식을 보존했다. 이 움직임은 제국의 붕괴 전부터 이미 시작된 것이었는데, 아주 놀라운 발전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모든 작가, 철학자, 과학자가 기독교도가 아니라 이교도였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물론 이때 내부적으로 유일한 진리는 그리스도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이교도 서적 보관을 반대하는 견해도 있었을 것이다.
또, “중세 시대에 대부분의 사제, 주교, 대주교는 특별히 경건하거나 신앙심이 깊어서 교회에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교회가 가장 크고 가장 부유한 조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에 들어갔다. 오늘날 당신이 공무원 조직이나 대기업이나 정계나 대학에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신성한 성직에 취임했다. 다시 말해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흥미로운 일을 경험하기 위해, 고액의 급료를 받기 위해, 잘살기 위해, 권력올 행사하기 위해 성직자가 된 것이다. 교회에는 당신을 부유하게 만들고 주변의 친구와 친척들에게 직업을 줄 기회가 많이 있었다.” 엄청나게 치열한 취업 경쟁이 예상된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세계사》는 대부분 유럽위주로 기술되어 있기 때문에 동서양을 망라한 친절하고 자세한 서적과는 성격이 다르다. 세계사의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고 몇 가지 테마를 통한 신속한 사건 전개다. 더불어 재미있다.
저자는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역사를 가르치면서 역사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몸소 실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내가 나름대로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의 고뇌와 노력에 힘입어 부담없이 기분으로 교류할 수 있는 책이다. 세계사를 하나의 연속된 전체를 파악하며. 짧고 명쾌하게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저자는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기분 좋게 다가온다. 서술방식으로 표현한 역사책이 이 책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유쾌하면서 명료한 책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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