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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 은행나무 <서평>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부모님이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 같다. 어렸을 때 느끼는 부모님의 깊은 통찰력과 내 심리적 기저를 토닥여주는 감각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문화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감정을 관조하는 일에도 서툴다. 우리 자신도 몰랐던 감정들을 ‘보통 선장’이 키를 잡고 있는 배를 타고 탐험해 보자.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사랑의 시작은 보편적 관점과 조금 다르다.
설레는 기다림, 격렬한 첫 경험, 숨막히는 첫키스 등 이 모든 순간이 지나간 뒤, 교감신경이 차분해지고 이성이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할때가 사랑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다른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권태기’라고. 아니면 ‘가족’이라고.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 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다. 유효한 관계를 위해 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 이라는 시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사랑한다’, ‘보고싶다’라고 외쳐도 상대방에게 닿지 않는다면 얼마나 공허한가. 내 감정의 크기와 절절함을 어떻게 온전하게 마음에 스며들 수 있게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우리는 사랑의 시작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성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신경쓰지 않는다.”

‘진정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될 때, 우리는 많은 난관을 만난다.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기도 하고 뭔가 근본적인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며 상대방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다.
상대방이 느끼는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증 하나다.”
“달변가조차 연애할 때 본능에 따라 함구하는 쪽으로 기운다. 무언의 정확한 독심술이 파트너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진실한 징표로 느껴진다.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때만이 우리는 자신이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은 이외에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말하기는 정말 껄끄러운 외도에 대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한다. 아마 특정 종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배’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헤엄쳐 갈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테니 뛰어내리지 않아도 된다. 

알랭 드 보통은 철학적 색채가 짙은 문장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이다. 그것이 ‘일상의 철학자’, ‘닥터 러브’의 매력일 것이다. 보통의 통찰력은 지적 환희를 경험하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랑의 지속성

이성이든, 동성이든, 애정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애정관계에서 사소한 일들이 우리를 괴롭히는 것을 놀랍도록 자주 경험한다. 부딪치고 깨지는 과정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사소한 확률이라도 있다면 더 활기차고 명랑한 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정 상황을 “성마르게 복기하고, 견해의 차이를 무척 심각하고 사사로이 받아들이”기 전에 ‘보통 배’에 한번 탑승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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