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사는 동안 내가 지독한 이중생활을 했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리라. 겉으로는 호박이나 서양배 같은 젖가슴을 자랑하는 세속적인 여자들과 이른바 정상적인 관계를 숱하게 가졌지만, 속으로는 법을 준수하는 겁쟁이라서 감히 접근할 수도 없는 님펫이 지나갈 때마다 지옥불 같은 욕망에 가슴앓이를 할 뿐이었다. 나에게 허락된 인간 암컷들은 한낱 대용품에 불과했다. 내가 자연스러운 성교를 통하여 얻은 쾌감은 여느 정상적인 성인 남자가 정상적인 성인 여자와 짝짓기를 할 때 세상을 뒤흔드는 그 판에 박힌 리듬 속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쾌감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믿는다. 다만 다른 남자들과 달리 나는 그런 쾌감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통렬한 환희를 잠시나마 맛보았다는 사실이 문제였다. 내가 꾼 질탕한 꿈 가운데 가장 초라한 꿈 조차도 남달리 정력적인 천재 작가와 남달리 재주 많은 발기불능 환자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간음 챙위보다 천 배는 더 황홀했다. 그리하여 나의 세계는 둘로 쪼개졌다. 나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성별을 의식했다. 하지만 어느 쪽도 남성은 아니었다. 해부학자라면 둘 다 여성이라고 부르리라. 하지만 나에게는, 내가 지닌 오감의 프리즘에 비춰보면, ‘봉오리와 봉우리 만큼이나 달랐다’. 지금은 그 모든 일을 이해한다. 그러나 20대 때는 물론이고 30대 초반까지도 내 번민의 본질을 명료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육체는 자기가 무엇을 갈망하는지 알았지만 정신은 육체의 하소연을 모두 외면해버렸다. 한순간은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무모하리만큼 낙관적으로 돌변하기 일쑤였다. 온갖 금기가 목을 졸랐다. 정신분석가들은 가짜 성욕을 해소하는 가짜 치료법을 권했다. 내가 짜릿한 연정을 품으려면 상대가 애너벨의 자매이거나 하다못해 그녀의 몸종이나 시녀쯤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때로는 광기의 전조처럼 느껴졌다. 또 어떨 때는 모든 것이 마음가짐에 달렸으며, 따지고 보면 어린 여자아이들에게 넋을 빼앗기는 성향이 그리 큰 잘못은 아니라고 자위하기도 했다.
백소천은 무림맹에서 승승장구, 탄탄대로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흑천맹주와 정사대전 최후의 일전으로 단전을 뜯깁니다. 승승장구, 탄탄대로의 두 배속으로 몰락합니다. 유배와 마찬가지인 시골로 발령이 나고 그곳에서 기연을 만납니다. 단전 안에 단전을 만드는 기연이죠. 다시 무림맹 본단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저는 이후에 백소천이 무적이 되어 다 쓸어버리는 줄거리를 상상했습니다만, 장르는 로맨스와 힐링물로 넘어갑니다. 인간적인 매력으로 정사를 쓸어 담아 버립니다. 백소천의 매력에 쓸린 정사대전은 자연히 억제가 되고, 심검지경을 이룬 소천은 모든 관계를 끊고 은거에 들어갑니다. 다루를 운영하며 염원했던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는데, 과거의 인연들이 자연스럽게 소천의 다루로 몰리게 됩니다. 그러다 큰 사건에 휘말리고 다시 한 번 무림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진지한 투쟁의 앞 부분보다, 힐링물로 장르가 전환되고 나서가 더 재미있었습니다. 장르소설 중에는 끝까지 읽지 못하고 포기하게 되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장영훈 작가의 작품은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읽었던 작품들은 전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직지존에서는 현재 시대에 있는 아이템들을 무협 세상과 결합한 아이디어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청춘주점입니다. 청춘주점은.. 그러니까 나이트 클럽입니다. 이 청춘주점에서 흑천맹주와 무림맹주가 우정을 다지는 모습은 유쾌합니다. 청춘주점에서 소천은 정인과 '조우'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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